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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수필] 내 안의 은둔자를 만나다 | 강원도 정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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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주소 |
211.193.48.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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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2583 |
등록일 |
2006/2/7 (1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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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가는 아마추어 여행기 올리는 싸이트인데 여행기라기보다는 잘 다듬은 수필같아서 올립니다. 아마추어 같지는 않고, 작가같은 냄새가 나는데 원체 좋은 글이군요.
동일한 여행지를 봐도 표현하는사람에 따라 이렇게 느낌이 틀려지네요.
아쉬운것은 여행기는 땀내나는 리얼리티가 생명인데 너무 서정적으로 흐른거 같아서....
뭐,밴츠타고 비포장 시골길 달리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런~. 그러나 느낌은 어디까지나 읽는분의 고유 권한 입니다.
장부장님!~ 여기도 좋은 드라이브코스나,여행지 소개 코너 하나 입점 시키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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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신삼후
Subject 내 안의 은둔자를 만나다 | 강원도 정선
높은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작은 마을을 둘러싼 형상 때문일까. 정선에서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듯한 고립감이 느껴진다. 구름에 둘러싸여 은근히 보일 듯 말 듯 제 모습을 감추는 이 고장에서 옛 은둔자의 자취를 찾아본다.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어느 이른 새벽, 제법 골이 깊은 산을 오르다가 구름에 둘러싸인 초가집 한 채를 만났다. 마당은 깨끗했고 사람이 산 흔적이 남아 있었으나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아마 집 주인은 도를 닦는 사람일 것이다. 그는 왜 속세를 등지고 첩첩 산중으로 들어왔을까. 구름 속에서 홀로 명상에 잠겨 있었을 그를 상상하니 나도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슬프거나 착잡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자연이 베푼 상쾌한 새벽 공기와 은은하고 부드러운 풍경의 말 없는 위로를 받았다.
정선에 들어가는 길목은 잊고 있던 그때의 정서를 환기시켰다. 굽이굽이 높은 고갯길을 따라 달리다 언덕배기에서 차를 멈추었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본 광경은 퍽 장엄했다. 산허리를 두른 구름은 안개처럼 자욱했고, 높은 산봉우리가 끝을 모르고 시야의 바깥을 넘어서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 아래 마을은 인구가 적어서 집이 뜨문뜨문 있었다. 집도 성냥 곽처럼 작게 보여서 소인국을 연상시켰다. 저 계곡 사이 어딘가로 유유히 걸어 들어가는 작은 점 같은 은둔자의 이미지가 문득 떠올랐다. 정선의 모든 길은 깊은 계곡 사이로 그림자를 길게 끌고 가는 이름 모를 그 도인(道人)을 쫓아가는 길 같았다.
큰 비가 내린 다음날이라 동강의 물살은 급하고 빨랐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강물 때문에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가는 다리가 물에 잠겼다. 한 청년이 추석 성묘를 앞두고 벌초를 하고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강을 건너지 못해 발을 굴렀다. 건너편에 마을 노인이 나와서 배를 띄워보려고 했으나 몇 번 시도를 하다가 역부족임을 느꼈는지 도로 마을로 돌아갔다. 배로 건너기엔 너무 위험한 물살이었다. 청년은 혼자서 힘든 일을 하느라 배도 고팠고 온몸이 쑤실 정도로 피곤했다. 그러나 하염없이 강을 바라보다가 포기하고 먼 길을 돌아서 터벅터벅 제 마을로 갈 수밖에 없었다. 효심은 갸륵했지만 하늘이 무심하여 도움을 주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일은 흔하다. 가끔 자연은 우리의 선의(善意)조차 가로막거나,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더 큰 시련을 안겨주기도 한다. 올해는 특히 태풍과 물난리가 심한 한 해였다. 그러나 어찌하랴. 무심하다고 하늘을 탓하고 주저앉기만 하기에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도 짧다. 오히려 시련을 통해 더 굳게 우뚝 서는 것이 사람이 할 일인 것을.
산은 정선 사람들을 거두고 키우는 어머니다. 그는 밤이 되자 달빛의 보호 아래 흩어진 새끼들을 불러 모았다. 수은등은 정해진 시간이 되자 눈을 끔벅끔벅하다가, 마침내 환하게 눈을 밝혀 촌로(村老)의 불안한 꿈을 내쫓았다. 완벽한 밤이었다. 이곳 산골 사람들은 텔레비전도 잘 보지 않는지, 저녁만 먹으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홀로 마을을 지키는 수은등만이 아스라하게 빛나고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고된 밭일로 보낸 하루를 위로받기 위해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가끔 철모르는 꼬마 열차가 내지르는 날카로운 굉음이 깊은 정적을 깨뜨렸다. 나는 그 적막한 정선의 산중에다 도회지에서 품고 온 쓴 뿌리와 원망을 묻어 버리고 순백의 텅 빈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동강의 급한 물살을 따라, 주변의 경치에 감탄하며 걷다가 물이 불어 길이 뚝 끊긴 곳에서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끝없는 자신과의 숨바꼭질이라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물에서 보일 듯 말 듯한 자신의 참 모습을 찾아보는 숨바꼭질. 그러고 보니 상상 속에서 계곡으로 걸어 들어가던 그 은둔자는 바로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었을 것이다. 정선에 있는 동안 번잡한 도시의 일상을 떠나 복잡한 일도 잊고, 헛된 이름표도 떼고, 자연인 그대로 나 자신이 되었다. 산골에 들어가면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았는데, 나에게 책임을 묻느라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오는 전화가 없으니 마음이 참 편했다. 정선은 이렇게 잠시 동안이나마 은둔자로 지내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었다.
Check It Out
① 정선 5일장 청정한 자연환경과 시골 장터의 향수를 그대로 간직한 정선 5일장은 매달 2, 7, 12, 17, 22, 27일에 열린다. 지금과 같은 가을에 가면 산초, 신배, 황기, 더덕, 골뱅이, 감자, 머루, 다래 등 싱싱한 여러 가을걷이들을 만날 수 있다. 위치는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
② 아우라지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정선아리랑의 발상지로 예부터 강과 산이 수려하기로 유명하다. 또 이곳은 남한강 1천리 물길 따라 목재를 운반하던 유명한 뗏목 시발지점으로 각지에서 모여든 뗏꾼들의 아라리 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이다. 위치는 북면 여량리.
③ 화암동굴 2,800㎡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석회석 동공이 있는 화암동굴에는 높이 30m, 폭 20m, 로 동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황종유벽과 마리아상, 부처상, 장군석, 석화 등 크고 작은 종유보석이 가득하며 지금도 종유석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동굴이다. 위치는 정선군 동면 화암 2리.
④ 소금강 소금강은 화암팔경 중 제6경으로서 백전리 용소에서 발원한 어천을 중심으로 좌우에 100 ~150m의 기암절벽이 있는데, 그 기묘하고 장엄한 형상이 금강산을 방불케 한다 하여 소금강이라 알려진 명승지다. 위치는 정선군 동면 몰운 1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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